시로 여는 일상

박준 환절기

생게사부르 2018. 8. 16. 14:28

환절기 /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 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

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

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

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

는그 축농(蓄膿)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어보았다

 

 

*     *      *

 

 

문정희 시인은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면서도

 

' 무더운 여름 일찍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만한 연고를

손톱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어

배꼽부근을 내어주는 사이'

 

 

              - 문정희 시 부부에서-

 

 

라더니...

 

 

문득,

 

안희정씨와 캠퍼스 커플이었다던 부인 민주원씨가

안희정과 수행비서 김지은씨와의 사태와 관련하여

 

' 패 죽이고 싶지만 어쩌겠나 아이 아버지니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한 말이 많은 아내들의 공감을 얻었다더군요

 

그 시절만 해도 적령기 다수 사람들이 선택하던,  '결혼' 이라는 제도가 상식이고 일상화되었기에 그랬을 테지만

 

혹시 지금 세대들처럼 남여공히 혼자 살겠다는 풍조가 다년간 계속되어 ' 미혼' '비혼' 인 채 나이든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사회적 잣대가 달라지기도 할 것 같은데요

 

' 부부의 정이든 연민이든 그건 그거고, 아이 아버지는 아버지고' 

 

문제는 ' 불륜의 연애사'라면 개인 사생활 영역이고 실제 그 진실은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텐데

 

이미  ' 권위와 위계에 의한 성폭행, 성추행' 으로 법리적 다툼에까지 갔으니

일단 사법부의 일차 판결은' 무죄'라고 났습니다만 앞으로의 진행결과가 어떨지..

 

사법부 판단과 상관없이 이미 그는 이제 껏 사회에서 차지해 왔던 정치인으로서의 비중만큼이나

개인 이미지와 명예,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공인으로서 사회적 비난과 함께 이미 개인브랜드가 만신창이가 된 셈이고요

 

법적인 부분에서 만큼은 처벌을 피하고 싶다는 심정일텐데...글쎄요

 

부부들이 집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느낌들을 가지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서로 맘을 상해

모처럼의 여행을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먹는 음식이 맞지 않아서, 여행에서 좋아하는 취향이 달라서 시간이나 돈을 사용하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지 못해서 등 그 이유는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시인은 아직 30대 중반  ...

 

비록 '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다고 하지만

'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 나 돕니다.

부부간 예의, 서로에 대한 배려만이 정답이 아닐지...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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