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재
나의식빵
감히 꺼집어낼 수 없는 야생구역이 있다
배고플 때마다 피부 속 어딘가가 가려울 때처럼
식빵을 속 부터 파 먹는 버릇이 있다
속이 깊다는 말이 배고프다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긁고 싶은 곳이 어딘지 모를 때처럼
하얗게 피가 나도록 식빵을 찢었다
찢어진 것들은 다 서러웠다
서러운 것을 삼키는 목구멍처럼
먹을 것도 안 나오는 구석처럼
숨을 데도 숨길 것도 없이 숨 막히는, 속처럼
터져도 속은 속이다 찢어도 살이 살인 것처럼 찢겨도
식빵은 식빵이다
빵의 테두리를 뜯었다
오늘치 껍데기가 벗겨졌다
피에 미친 사람처럼 잼을 발랐다
- 계간' 파란' 201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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