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유
윤달
손톱을 깎으면 그늘이 밀려와요 자라는 것들은 그늘을 거느리죠 눈 밑에 손톱 밑에 지구의 허기 밑에
달은 베어먹기에 좋고 당신 뒤에는 내가 있어요
거기 식물처럼 길어진 마음을 가진 아가씨 당신이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알아요 당신이 접어서 상자
속에 넣어둔 일들은 그대로 이루어질테니
초코렛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후회했어요 나는 왜 치즈케이크를 먹지 않은거지
물이 없었다면 바다가 없었다면 염소가 없었다면 공장장이 없었다면 아버지나 디제이가 없었다면
당신에 대해 뒤에서 말할 때 양팔이 생겨나요 숲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는 숲 전체가 이동하는 중이죠 식
물들의 발바닥이 찍히고 있는 중이죠 당신은 저만큼 가고 있고 케이크를 떠먹을 때마다 달콤한 스푼은
밀려오고
그러니 아가씨여
마음에 품고 있는 걸 말하지 마요 그대로 다 이루어질테니
* 윤달은 양력과 음력 차이를 메우기 위해 덤으로 생긴 한달이어서 어떤 일을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전에 어머니들 ' 손 (귀신방해) 없는 날' 같이 이사나 개업, 결혼하기에 좋은 달이랍니다
점 보러간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사주 역학 같은 정보가 전통이나 관습으로 일상 생활에 많이 들어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좋다면 좋은 거고, 좋지 않다면 '참고' 하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성찰하거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몸가짐이나,
인간관계에 신경 쓰고 마음이 들떠거나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 평소에 그런 자세로 살아가고 몸에 배어 있는 생활이라면 안 좋을 일이 일어날 확율이 적을테지요)
물론 어떨 때는 정말 불가피하게 일어 날 일은 일어나고야 맙니다만
그 정보 때문에 신경 쓰여서 스트레스 받으면 그게 정말 더 안좋은 거겠지요
그럴 경우는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고 알아서 병이 되는 경우네요.
원래 세상 사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고 그게 살아 있다는 얘긴데
정상 컨디션으로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는 누구나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매달이 윤달 일수는 없는 법, 그래도 2, 3년만에라도 이런 달이 한달 씩 있다는 거
덤이고 보너스 같아서 기분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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