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랑
프랑케슈타인의 인기는 날마다 치솟고 너희는 약 맛을 좀 아니?
나사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어
불안이 피부 위로 돋아났어
그림자를 주워 입고 노을을 구경하는데
나는 왜 멀쩡한 걸까?
무서운 말도 장난처럼 찍찍 내뱉을 줄 아는데 의사는 맨날 망가질 거래 조롱하는 입술처럼
젖꼭지가 점점 더 삐뚤어질 거며 나에 관한 어떤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면 뒤집힌 물고기처
럼
밤낮으로 불안에 시달리 거래
혀를 쑥 내밀고 가로수에 매달려 지나가는 사람이나 깜짝 놀래키고 싶은데! 날개를 쫙 펼치
고 찢어진 흉터처럼 날아다녀야지 시퍼런 가위처럼 살아있는 것들은 전부 오려내야지 목말
라서 헐떡이는 사람을 목매고 싶게 만들어야지 켜 놓은 가스불처럼 온 집안을 잿더미로 뒤덮
어야지 앞만보고 똑 바로 걸어가도 비뚤어지고
버텨야 할 중력이 내 인생을 흙탕물에 풍덩! 빠뜨리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나를 봉인하러 가야지 누가 베어간 콧대를 이어서 붙여야지 입은 왜 달린
건데? 거대한 감옥에 뚫여 있는 쪼글쪼글한 구멍이 무슨 소용인 건데? 갇혀 있던 소문만 새
어나와 사방을 더럽히는데 수술대에 오르면 의사들은 링거 색이랑 오줌 색이란 똑같다고 킬
킬거리고 깨어나면 사람처럼 우스운 것들은 절대 안 믿어야지! 겨울밤이 어두워져 사람이
사람을 닮아가는 줄도 모르고
번호표가 길어지는 병원 앞에서
회복해서 또 사는 게 무섭지도 않니? 알약은 어디서 녹고 있을까 눈을 떴는데도 난 아직 깨
어날 줄 모르고 시체 냄새 나는 향수나 칙칙 뿌리고 놀러가야지 아무하고나 사랑할 땐 흥청
망청 뒤로 해야지 표정이 안 보이는 자세가 훨씬 아프고 재밌으니까 나보다 더 망가진 애들
만 보면 심심하게 뒤가 간지러워서
너덜너덜한 웃음이나 뒤집어 쓰고
다 같이 모여서 수다나 떨래?
* * *
블로그 올린 시 중에 제일 신세대 시인의 시네요
궁금했습니다
얘들은 어떤 고민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
세대차이가 없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 살아 가는 일
보편적인 일상이 있어 고민들이 일맥 상통합니다만
그 일상의 세부적인 내용과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차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생을 시인으로 살겠다고 ' 콱' 도장 찍은 시인의 성장추이를 관심을 갖고 보겠습니다.
저야 젊은 시절 열정과 노력을 먹고사느라 다 써 버리고
이제 남은 불씨를 ' 문학'에 지피고 있는 셈인데... 쉽지는 않네요
젊어서 젊은 시를 쓰는 것과
나이들었지만 너무 나이들어 보이는 시를 쓰고 싶지는 않아서
영혼이 젊으면 젊어 보이는 시를 쓰기도 하지만 엄밀히 체감면에서 다르니까요
감성적이지도 못하고 전통적인 서정성에 푹 빠져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인생이 걸쭉한 막걸리처럼 질퍽하지도 않아서... 이래저래 어렵네요.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고... 딱 있는 그대로 제 만큼의 시를 써 볼수 밖에요.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민 고양이의 시간 (0) | 2018.10.22 |
---|---|
우대식 시詩 (0) | 2018.10.21 |
오규원 접시와 오후 (0) | 2018.10.18 |
박세랑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0) | 2018.10.16 |
허수경 어느날 애인들은,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0) | 2018.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