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

생게사부르 2018. 10. 29. 00:20

 

 

 

 

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 쯤 어두운 골짜기에서는 첫 사랑 같은 눈도
한겹 한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 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 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

 

 

*       *      *

 

 

제발 사랑을 위해 싸우기를

그 어떤 다른 것 아닌, 사랑을 위해

집착이나 왜곡된 애정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기본적인 인간 사랑을 위해 

 

그러나 현실은 시인의 바람과는 너무나 다른 모양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사랑도 보여주지 못하는 

 

PC방 알바 살해 사건이 그러하고

한때 사귀었다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헤어진 후

연인이었던 여성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살해하고 자신도 죽어버린,

유치원 비리와 관련한 대책 때문에 나오는 사회적 파장등등

사랑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비웃어야 하는 세태가 슬픕니다

 

그럼에도

현재 당신의 괴로움이 부디 사랑때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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