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신발 베고 자는 사람
신발 베고 자는 사람 / 유홍준 아직 짓고 있는 집이다 신축공사현장이다 점심 먹고 돌아 온 인부들 제각각 흩어져 낮잠 잘 준비를 한 다 누구는 스티로폼을 깔고 누구는 합판을 깔고 누구는 맨바 닥에 누워 짧고 달콤한 잠의 세계로 빠져 들어갈 준비를 한다 신발 포개 베고 자는 사람은 신발 냄새를 맡는다 옷을 둘둘 말아 베고 자는 사람은 웃옷 냄새를 맡는다 딱딱한 각목 동가리를 베고 자는 사람은 딱딱한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찌그러지든 말든 상관 없는 신발 두짝을 포개 베고 자는 사람은 생각한다 버려야할 것과 새로 사야할 것들 이제는 다 옛일이 되어버 린 것들을 생각한다 (사실은 아무 생각도 안한다) 아직 문짝이 끼워지지 않은 집은 시원하다 시원하다는 것은 막히지 않았다는 거다 세상 모든 집은 완공되기 전에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