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북천-봄

생게사부르 2018. 3. 20. 21:19

유홍준

 

 

북천
- 봄

북천 응달에도 꽃이 핀다 북천 무덤에도 꽃이 피고 북천 개골
창에도 꽃이 핀다 얼어 붙었던 산기슭 한 뭉텅이가 풀썩, 무너져
내린다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딨누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딨어
봄이오면 북천 언덕에 무덤들이 또 늘어난다 축사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이 고이고 또 고인 저수지, 잉어는 아직도 살아서 입을 뻐끔
거린다 논둑에 쪼그리고 앉아 긴 담배 피우던 농부는 또 다시 빈
논에 물을 잡고 있다 아직 울음이 익숙하지 못한 북천 개구리들
꾹꾹 울음이 목구멍에 걸려 울음이 목구멍에 걸려 꾹꾹 첫울음
을 울어보고 있다

 

 

‘ 시와 표현’ 2015.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