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모래밥

생게사부르 2018. 3. 31. 16:29

유홍준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하염없이
이 도시를 벗어나려는 차들과
기어이 이 도시로 들어오려는 차들이 교차하는
석양 무렵의 개양오거리에서
그가 흘린 죽음의, 그가 흘린
주검의
액체위에

누군가 홱 뿌려놓고 간

누군가 홱 뿌려놓고 간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 빛
모래 두어 삽

 

 

 

 

모래밥

 

 

 

공사장 모래더미에

삽 한자루가

푹,

 

꽂혀있다 제삿밥에 꽂아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쉬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씨멘트라는 독한 양념과 비벼 대신 먹줄 사람

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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