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할미꽃 유홍준

생게사부르 2018. 4. 22. 23:58

할미꽃/ 유홍준


 

안감이 꼭 저런 옷이 있었다
안감이 꼭 저렇게 붉은 옷만을 즐겨 입던 사람이 있었다
일흔일곱 살 죽산댁이었다 우리 할머니였다 돌아가신

삼십 년 됐다
할머니 무덤가에 앉아 바라보는
앞산마루 바라보며
생각해 보는

봄날의 안감은 얼마나 따뜻한 것이냐

봄날의, 이 무덤의 안감은 또 얼마나 깊고 어두운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