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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남 수우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남 수우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둔 유리잔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자랐다 문 밖이 가둔 이불 속에서 나는 한 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이 곳이 아니길 이 곳이 아닌 나머지이길 중얼거릴수록 그가 흐릿해졌다 이마를 기억한 손이 거울 끝까지 굴러가 있었다 거실의 빛이 문틈을 가를 때 그는 이 방을 겨눌 것이다 번쩍이는 총구를 지구 끝까지 늘리며 제 뒤통수를 겨냥한다 해도 누구탓은 아니지 거울에 남은 손자국을 따라 짚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 뒷모습을 안겨주던 날 모서리가 처음 ..

소, 호랑이/ 김기택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뻑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호랑이/ 김기택 길고 느린 하품과 게으른 표정 속에 숨어 있는 눈 풀잎을 스치는 바람과 발자국을 빈틈없이 잡아내는 귀 코 앞을 지나가는 먹이를 보고도 호랑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위장을 둘러 싼 잠은 무거울수록..

반갑다~ 신축년~~

아듀~ 경자년 ~~ 반갑다. 신축년 ~~ 이렇게 요란스레 오더니.... 코로나로 온 지구가 , 온 나라가 상처 투성이가 된 한해였어요. 돌아가신 분들도 너무 많고, 이 지상에서 마지막 보내는 절차 사랑하는 사람들을 장례식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한 가족들이 너무 많았을 것이기에 가슴 아픈 한 해입니다. 이전 페스트처럼 기록이 되겠지요. 얼마나 많은 인원이 유명을 달리했을 것인지 발로 차서라도 빨리 내 쫒고 싶은 2020년입니다. 새해는 신축년 소의 해랍니다. 내년은 상황이 좀 나아져야 할 텐데요. 소처럼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새해되시기 바랍니다.

사진 이야기 20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