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남 수우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둔 유리잔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자랐다 문 밖이 가둔 이불 속에서 나는 한 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이 곳이 아니길 이 곳이 아닌 나머지이길 중얼거릴수록 그가 흐릿해졌다 이마를 기억한 손이 거울 끝까지 굴러가 있었다 거실의 빛이 문틈을 가를 때 그는 이 방을 겨눌 것이다 번쩍이는 총구를 지구 끝까지 늘리며 제 뒤통수를 겨냥한다 해도 누구탓은 아니지 거울에 남은 손자국을 따라 짚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 뒷모습을 안겨주던 날 모서리가 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