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박노해 폭설이 쏟아져 내리는 이스탄불 밤거리에서 커다란 구두통을 멘 아이를 만났다 야곱은 집도 나라도 말글도 빼앗긴 채 하카리에서 강제 이주당한 쿠르드 소년이었다 오늘은 눈 때문에 일도 공치고 밥도 굶었다며 진눈깨비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작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선 채로 젖은 구두를 닦은 뒤 뭐가 젤 먹고 싶냐고 물었다 야곱은 전구알같이 커진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빅맥, 빅맥이요! 눈부신 맥도날드 유리창을 가리킨다 학교도 못가고 날마다 이 거리를 헤매면서 유리창 밖에서 얼마나 빅맥이 먹고 싶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맥도널드 자동문 안으로 들어섰다 야곱은 커다란 햄버거를 굶주린 사자 새끼처럼 덥석 물어 삼키다 말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면 담배를 물었다 세입쯤 먹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