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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물/김필아

꽃물/ 김필아 누군가 소녀로 꽃물을 들였지 동여맨 끝이 예쁠거라며 잠이 들었어 아침에 일어나면 봉숭아들이 땅 속으로 스미는 서녘의 얼룩을 남기곤 했지 그날도 봉숭아는 피를 토하고 있었지 들숨날숨 긷는 소리에 톡톡 터지기도 했지 손목에 찬 초침도 없는 방수시계는 잘도 돌아갔지 기분과는 상관 없이 재깍재깍 돌아갔지 나는 겉돌았지 나는 시간을 빌리려 꽃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 같았지 재깍거리는 소리가 몸을 삼켜버릴 것 같았지 시계는 점점 몸이 거대해졌지 거대한 톱니바퀴가 꿈을 야금야금 깎아 먹는 것 같았지 나는 힘껏 부서져라 시계를 꽃 속으로 던졌지 불량한 계집애가 톡, 누군가 소녀로 꽃물을 들였지 나를 쿡쿡, 찧고 있었지

바위 거창 사선대, 순창 요강바위

얼마만큼의 세월을 살았을까 ? 사람은 백살 살기가 쉽지 않은데 돌멩이는 최소 천년이라든가 나무든 바위든 자연을 찾아 가는 일, 작년 시 교실 문우들과 다닌 시간 벌써 추억이 되었네요. 이 때가 코로나 막 시작할 때였는데 김** 시인의 차량제공, 운전 서비스로 거창 함양 몇 군데 둘렀습니다 유** 시인이 서부 경남 자연과 역사를 꿰고 계셔서 일반인이 잘 다니지 않는 여러 곳을 찾았습니다만 오늘은 오랜 시간(얼마일지? ) 물이 흐르면서 뚫어놓은 움푹 패인 바위를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거창 월성계곡과 순창 섬진강 장군목 유원지 있는 바위와 움푹 패인자국입니다 이런 곳에 서면 인간이 겸손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고 자연의 위대함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유수에의해 모래, 자갈등이 바위의 오목한 곳에 들어가 회전하..

어느 가능성/ 김필아

어느 가능성/ 김필아 돌을 들춰요 주로 돌 밑이거나 어느 틈 사이 나는 돌을 들춰야 하고 들춘 돌에서 C장조를 찾아 애인에게 줄 거예요 애인은 속눈썹을 깜박거려요 애인의 속눈썹을 들추면 푸른 밀림이 거기에 있지요 음, 아름다운 사랑이네요 라고 말했나요 날이 화창해서 잘 어울린다고 말했나요 나는 돌을 들추기 위해 윗돌을 들춰요 음표를 들춰보니 음표사이로 플라밍고가 핑크빛으로 일어요 나는 돌을 들춰야 하고, 또 나는 어느 돌 밑 보물을 찾는 사람처럼 기대해야 해요 당신 꿈을 들추고 꽃을 들추고 물방울을 들춰요. 계절병처럼 찾아 오는, 아직 찾지 못한, 원래부터 있던 쓰르라미가 작은 바람같이 우는 소리를 들춰봐요 길가의 쓰레기통 담장 밑이거나 어느 숲, 나무 구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병인을 앓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