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史記)꾼/ 김희준 팔지 않겠습니다 은퇴한 별이 너머에서 잠들고 몇 세기 밤이 광물로 굳어 졌다네 이런 밤엔 무엇도 되고 싶지 않네 먹에 끼인 구름을 피해서 계절은 도래하더군 벼루를껍질 삼았다는 말일세 적 어도 글 같은 모양새로 걷지 않겠나 발가락으로 글이 써진 다면 그까짓 변신이 두렵겠나 토막 난 성기는 폐허와 같아 거세된 문장이 동굴을 밝히 면 나는 어둠이 된다네 어둠은 그대로 검정이어서 어떤 걸 넣어도 좋다네 캄캄하게 물드는 것이 손 뿐이겠나 헤집은 곳 마다 내가 튀어나오더군 가끔은 피카이아가 잡히기도 했지 그럴 땐 그것이 고전적 유물론자인지 고대의 투명한 저녁인 지 알길이 없었다네 아무렴, 나는 팔지 않을 작정이네 동굴에는 척추로 생을 쓰는 내가 있었을 뿐이네 실존을 부끄러워하는 까닭은 어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