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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하재연

양양/ 하재연 열 마리 모래무지를 담아 두었는데 바다로 돌려보낼 때 배를 드러낸 채 헤엄치지 못했다고 한다 집에 와 찾아보니 모래무지는 민물고기라고 했다 누군가의 생일이라 쏘아 올린 십연발 축포는 일곱발만 터져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다고 노란 눈알이 예뻤는데 물고기는 눈을 감지 못하니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양양/ 하재연 물고기를 잡아야 돌아 갈 수 있다고 했다. 네 손바닥에 놓인 것이 조용했다. 해마도 물고기냐고 물었다. 해마는 말을 닮은 물고기라고 했다. 눈 뜬 해마는 식물 같아,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지. 너는 해마가 약으로도 쓰인다고 멸종위기라고 물에 사는 고기들이 다 고기인 건 아니라고 다음날이 도착했는데 죽은 해마와 나는 사람이 먹어야만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문학과 지성사...

우명牛鳴/ 유홍준

우명牛鳴 / 유홍준 진주시 망경동 섭천에 들어와 산 지 삼년 되었어요 섭천은 형평(衡平), 형평(衡平), 백정들이 살던 마을이에요 소 를 잡던 사람들이 소를 잡던 손을 씻고 피를 씻고 쌀을 씻고 꽃을 심고 살던 마을이에요 오려고 온 게 아니에요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진주에서 가장 싼 아파트, 동신아파트가 아니라 등신아파트죠 길을 잃은 소는 밤이 되면 무서워, 무덤으로 간대요 길 잃은 소가 무덤을 찾듯이 나도 이곳엘 찾아 왔어요 소를 잡던 이 마을에서 나는 온갖 두려움으로 눈망울을 디 롱거리며 되새김질 되새김질 끊임없이 천엽이 생겼어요 당신에게로 가고 싶은 내 무릎뼈는 우슬 이에요 자귀나무에 매어놓은 소는 묶인 자리에서 얼마나 뱅글뱅 글 돌고 또 돌았던지 자귀나무는 형편없이 망가진 나무가 되 었어요 울고 싶..

유홍준 하얀 면장갑

하얀 면장갑/ 유홍준 저것을 끼고 나는 운구를 했다 무겁지가 않았다 가볍지가 않았다 아직은 사람인 사람을 들고 갔던 기억 어떤 꽃보다도 희고 어떤 꽃보다도 감촉이 좋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검은 줄이 그려진 완장을 차고, 무표정 한 얼굴로 나는 주검을 옮겼다 주검을 옮긴 면장갑을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하얀 것에 대해서 나는 설명 할 수가 없다 그냥 간직할 뿐이 다 그냥 들여다 볼 뿐이다 진주 시립화장장에서 나도 하얀 것이 될 때까지 * * * 사실 삶과 죽음은 한치 발끝에 달렸기고 하고 손바닥과 손등의 거리이기도 해서 'Well-bing'만큼 ' Well-dying' 도 중요한 삶의 철학입니다 작가들은 현상(현실) 이면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일상적으로 하는 훈련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