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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하늘에 다녀왔는데 하늘은 하늘에서도 하늘이었어요 마음 속에 손을 넣었는데 아무 말도 잡히지 않았어요 먼지도 없었어요 마음이 두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 올게요 가로등 불빛을 좀 밟다가 왔어요 불빛 아래서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뒤졌는데 단어는 없고 문장은 없고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삶만 있었어요 한 삼 개월 실눈만 뜨고 살테니 보여주지 못하는 이것 그가 채갔으면 좋겠어요 * * * 신춘문예 등단 작품 ' 제주에서 홀로 살고 술은 약해요' 제목부터 기존 시에서 보기 어려운 상큼 발랄, 통통 튀면서 '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 다더니 살..

적/ 임화

적 / 임화 - 네 만일 너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이는 사랑이 아니니라.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라. 『복음서』 1 너희들의 적을 사랑하라 ─ 나는 이때 예수교도임을 자랑한다. 적이 나를 죽도록 미워했을 때, 나는 적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미움을 배웠다. 적이 내 벗을 죽음으로써 괴롭혔을 때, 나는 우정을 적에 대한 잔인으로 고치었다. 적이 드디어 내 멋의 한 사람을 죽였을 때, 너는 복수의 비싼 진리를 배웠다. 적이 우리들의 모두를 노리었을 때, 나는 곧 섬멸의 수학을 배웠다. 적이여 너는 내 최대의 교사, 사랑스러운 것! 너의 이름은 나의 적이다. 2 때로 내가 이 수학 공부에 게을렀을 때, 적이여! 너는 칼날을 가지고 나에게 근면을 가르치었다. 때로 내가 무모한 돌격을 시..

當代의 當代의 / 최승자

當代의 當代의/ 최승자 내가 믿지 않았던,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그 세월 위에 그래도 녹이 슬고 또 싹이 트느니 이제 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 當代여 당신의 외로움이 날 불러냈나, 내 그리움이 당신을 불러냈나,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나 찬란하구나, 이 밤의 숱한 슬픔의 친척들이 만나 다정히 꼬리를 깨물고 깨물리우는 이 밤의 슬픔의 불꽃놀이여, 當代의 當代의 슬픔의 집합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