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신정민 말이 좋아 삭힌거고 숙성이지 결국은 조금 상한 것 아니겠는가 시들어 꽃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 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우리의 한 시절은 모두 비(非)철에 이루어진다 냉동실에 안치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박봉규씨만 봐도 그렇다 노점공구상 그가 폭력적인 단속에 항의하다 분신, 목숨을 잃자 사람들은 그를 열사라 불렀다 우리 모두 열사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는 추리소설의 시작처럼 죽었고 덕분에 살아남은 우리들이 판을 쳤다 어둠아, 사람만큼 상한 영혼을 가진 물건이 어딨더냐 죽을똥 살똥 살아도 허구헌 날, 그날이 그날인 사람아 * * * 평범한 대다수 우리의 한 시절 모두 非철 시들어 꽃 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 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박봉규씨의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