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슬픔이라는 내용을 가진 한 때/ 강재남

생게사부르 2020. 8. 30. 08:53

 

슬픔이라는 내용을 가진 한 때/ 강재남

 

 

 

단단하고 헐거운 감정이다 일시에 터지는 빛이라는 거다

태양이 쓴 문장을 읽는다 흰 그림자를 가만히 본다는 거다

누군가 그리워하기 좋을 때다 골목너머로 시간이 진다는 거다

울음 닮은 침묵이 골목에 박제된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과 약속을 한다는 거다

빛이 빛으로 환원되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익숙해지는 것들에 마음을 내려놓고

단단하고 헐거운 감정을 말린다 그림자의 휴식처를 궁금해 말아야 한다는 거다

낮고 초라한 곳이어도 그래, 그럴 때도 있지 담담해 진다는 거다

훌쩍 자란 계절의 뼈를 만진다 제 색으로 눈물을 만드는 사랑이라는거다

수선화 라일락이 지고 봉숭아 씨앗이 여문다 사람이 사람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 모던포엠 202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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