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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멀미/ 김충규

꽃멀미/ 김충규 새가 숨어 우는 줄 알았는데 나무에 핀 꽃들이 울고 있었다 화병에 꽂으려고 가지를 꺾으려다가 그 마음을 뚝 꺾어버렸다 피 흘리지 않는 마음, 버릴데가 없다 나무의 그늘에 앉아 꽃냄새를 맡았다 마음 속엔 분화구처럼 움푹 팬 곳이 여럿 있었다 내 몸 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 놓은 자리,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자국들 그 자국들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때 깊고 아린 한숨만 쏟아져 나왔다 꽃 냄새를 맡은 새의 울음에선 순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의 힘으로 새는 사나흘쯤 굶어도 어지러워하지 않고 뻑뻑한 하늘의 밀도를 견뎌내며 전진할 것이다 왜 나는 꽃 냄새를 맡고 어지러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늘에 누워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구름이 이동하고 있었다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가 움푹..

먹으면서 행복한 적도 있었는데...

먹는 것으로 행복해 본 적이 있다. 1차원 행복이었지만 우선 가족 넷이 함께였다는것 만으로도 행복의 충분조건이 갖추어진 셈이지만 코로나로 세상이 막 달라지기 바로 직전이기도 해서... 참으로 별게 다 그립다. 돈까스, 파스타는 기본... ' 골고루 시켜 맛보자 ' 했겠지 우리 부모님들 세대, '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소리 듣고 자랐는데...코로나 이전 좀 먹고 살만해 졌는지 요리도 예술이라... 짬뽕은 남자 어른만 먹는 메뉴인 줄 알았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나도 잘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가게 문 여는 시간에 맞춰가면 이미 자리가 없다 미리 가서 대기... 문 열자마자 우루루... 코로나 이후는 어떨지... 해외 여행을 못가니 여름 휴가 제주 많이 가던데... 딸은 한국 오기전 한국서 먹고 갈 ..

미주의 노래/ 유혜빈

미주의 노래/ 유혜빈 마음은 고여본 적 없다 마음이 예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영영 예쁘게 있을 수는 없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계속 무거울 수는 없는 것이다. 마음이 도대체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미주와 미주라고 생각 했던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다른 책을 읽다가 뒷목위로 언젠가 미주가 제목을 짚어 주었던 노래가 흘러 나오고 미주라고 생각 했던 사람이 미주를 바라 보았을 때 미주만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해도 미주의 마음이 따뜻한 채로 있을 수는 없단 말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도 무지 없는 것이라서 마음이 흐를 곳을 찾도록 내버려 둘 뿐입니다. 너는 미주의 노래와 만난 적 없다 미주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