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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정성원

안개 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정성원 일정한 무게를 가진 안개 폐가 부풀어 하늘로 붕붕 뜬다면 누구 배 좀 눌러주실 분? 허공에서 소녀가 뿜는 안개는 단조로운 모양이야 이를테면 안개 공장장이 소녀로 가득찬 옷장을 가졌다든지 한명씩 꺼내 속을 갈라 본다든지 겉은 늙고 속은 생생한 아 이러니를 마주한다든지 옷장의 소녀가 갈라지는 건 단추야 그럼에도 심장이라 우겨볼까 상관 없고, 소녀는 달마다 죽은 태양을 낳는다 죽은 태양에 뿌리내린 안개나무, 온기를 흡수하지 못한 꽃송이, 전단지가 소리지르며 피어나 는 계절에 나무마다 물이 오른 수많은 실종이 만개하는 모습은 어떨 것 같아? 멈추지 않는 는개,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멈추지 않는 노래 상실은 자주 노래를 부르게 한다 노래를 뿜어내는 굴뚝에서 포식자..

원거리 여행 다시 할 수 있을까?

여행이 사라진 일상에 적응하면서 깐꾼 옛 사진 뒤적이기 나라를 가리지 않고, 인종과 언어 가리지 않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공평하게 여행 떠날 기회가 제한되었네요. 거의 차단되었다고 해야 할지 한 때 하늘에 비행기가 너무 많이 다닌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여행중독까지는 아니어서, 금단현상까지는 아니지만...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되돌아 갈수 없다면 받아 들이고 인정하고 변화된 현실에 적응할 수 밖에... 이전 사진들 구경하면서... 여행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사람들 많을 거 같네요 코로나에 폭우 폭염... 인간들 살아가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자연의 반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부터 반성하면서 앞으로 필요한 만큼 소비 줄이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 하겠습니다 올해 들..

해감/고영민

해감/ 고영민 민물에 담가 놓은 모시조개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몇번을 소리쳐 부르자 당신은 간신히 한쪽 눈을 떠보였다 눈꺼풀 사이 짠 물빛이 돌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나를 제 몸 속에 새겨 넣겠다는 듯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러렁,그러렁 입가로 한 웅큼의 모래가 토해졌다 간조선干 潮線을 지나 들어가는 당신의 흐린 물빛을 따라 축축한 한 생애가 패각의 안쪽에 헐겁게 담겨져 있었다 짠물을 걸러내며 당신은 물무늬 진 사구를 온 몸으로 기고, 몸을 잊으려 한쪽 눈을 마저 닫자 날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검은 모래가 걷잡을 수 없이 토해졌다 나는 당신의 손가락을 움켜쥔 채 더 깊은 물밑까지 따라 들어 갔다. 여윈 갈빗대에서 해조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오지마라! 따라 오지 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