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신정민
말이 좋아 삭힌거고 숙성이지 결국은 조금 상한 것 아니겠는가
시들어 꽃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 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우리의 한 시절은 모두 비(非)철에 이루어진다
냉동실에 안치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박봉규씨만 봐도 그렇다
노점공구상 그가 폭력적인 단속에 항의하다 분신, 목숨을 잃자
사람들은 그를 열사라 불렀다 우리 모두 열사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는 추리소설의 시작처럼 죽었고 덕분에 살아남은 우리들이 판을 쳤다
어둠아, 사람만큼 상한 영혼을 가진 물건이 어딨더냐
죽을똥 살똥 살아도 허구헌 날, 그날이 그날인 사람아
* * *
평범한 대다수 우리의 한 시절
모두 非철
시들어 꽃 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 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박봉규씨의 삶처럼...
누구나 열사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 길보다
영혼이 상한 채
죽을똥 말똥 살아도
그날이 그날인 허구헌 날을 살고 있지요.
그럼 어때요
삭혔든 익었든 숙성했든
하나의 맛으로 자리한 걸...
홍어삼합 간혹 접한 적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이니까 어떠한지 알고 싶어서
두 번 정도 먹다가 뒤로 밀치면...
결국 시인과 같은 전주사람, 명심샘이 가져가 맛있다고 드시던 모습 기억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길든 맛,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이치
냉장 냉동 시설이 없던 시절
조상들의 지혜를 알게 해주는 음식이랄까요
' 임연수' 처럼 사람이름 같은 물고기도 있더니
' 홍어' 는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물고기처럼 되어 버려서
자랑스러울지 기분이 좀 나쁠지... 나로선 알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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