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홍어/ 신정민

생게사부르 2020. 9. 3. 10:07

홍어/ 신정민

 

 

말이 좋아 삭힌거고 숙성이지 결국은 조금 상한 것 아니겠는가

시들어 꽃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 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우리의 한 시절은 모두 비(非)철에 이루어진다

냉동실에 안치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박봉규씨만 봐도 그렇다

노점공구상 그가 폭력적인 단속에 항의하다 분신, 목숨을 잃자

사람들은 그를 열사라 불렀다 우리 모두 열사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는 추리소설의 시작처럼 죽었고 덕분에 살아남은 우리들이 판을 쳤다

 

어둠아, 사람만큼 상한 영혼을 가진 물건이 어딨더냐

죽을똥 살똥 살아도 허구헌 날, 그날이 그날인 사람아

 

 

*     *     *

 

평범한 대다수 우리의 한 시절

모두 非철

 

시들어 꽃 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 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박봉규씨의 삶처럼...

누구나 열사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 길보다

영혼이 상한 채

죽을똥 말똥 살아도

그날이 그날인 허구헌 날을 살고 있지요.

 

그럼 어때요

삭혔든 익었든 숙성했든

하나의 맛으로 자리한 걸...

 

홍어삼합 간혹 접한 적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이니까 어떠한지 알고 싶어서

두 번 정도 먹다가 뒤로 밀치면...

결국 시인과 같은 전주사람, 명심샘이 가져가 맛있다고 드시던 모습 기억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길든 맛,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이치

 

냉장 냉동 시설이 없던 시절

조상들의 지혜를 알게 해주는 음식이랄까요

' 임연수' 처럼 사람이름 같은 물고기도 있더니

' 홍어' 는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물고기처럼 되어 버려서

자랑스러울지 기분이 좀 나쁠지... 나로선 알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