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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파파야 나무/ Daisy Kim

우리들의 파아야 나무/ 데이지. Kim 태양이 몽글몽글 파파야 씨앗 같다 늙은 파파야를 양손에 받쳐 들고 숨은 아버지를 찾기로하자 싱싱한 파파야를 찾아버리자 노란 식감의 속살이 뭉개져 나 뒹구는 파파야, 고르고 골라도 나오지 않는 아버지 먼지가 엉킨 엄마의 머리카락 사이로 별 핀은 노랗게 녹이슬고, 까만떼의 촘촘한 개미 행렬은 우리 배처럼 줄줄이 고프고, 우리는 박스처럼 노랗게 질려 바닥처럼 납작하고, 1개의 파파야는 1달러 두개의 파파야도 1달러 몽땅 세일을 하자, 팔아버리자, 뭉개진 엄마를 팔고나면 박스만 남아, 불안한 우리는 우리를 박스에 담고, 싹수가 노랗다는 운명은 사는거예요? 파는 거예요? 아버지는 꽁꽁 어디에 있나 , 파파야의 미래는 노랗게 샛노랗게 누가 칠했나, 잎사귀에 낡은 동전 무늬를 ..

캐치볼/ 이승희

캐치볼/ 이승희 공을 던진다 어디에도 닿지 않고 그만큼 나의 뒤는 깊어진다 내가 혼자여서 나무의 키가 쑥쑥자란다 내가 던진 공은 자꾸 추상화 된다 새들은 구체적으로 날아가다가 추상화 되고 생기지 않은 우리 속으로 자꾸만 공을 던진다 거짓말처럼 저녁이 오고 밤이 오고 오는 것들은 일렬로 내 앞을 지나간다 칸칸이 무엇도 눈 맞추지 않고 잘 지나간다 모든것이 구체적으로 추상적이다 나는 불빛 아래서 살았다 죽었다 한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세계가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여전히 공을 던진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꽃무릇 철

영광 불갑사 꽃무릇 석산, 상사화, 피안화,노아산. 상오독, 산두초 야산, 석산화... 불리는 이름도 참 많네요 구월에 꽃이 피고 꽃진 시월에 난 잎은 한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늦은 봄(5월)에 시들어 사라진답니다 가늘고 긴 줄기 위 정열적인 붉은 꽃 꽃말 ' 이룰 수 없는 사랑' 은 잎과 꽃이 결코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이라서 '참사랑'은 가을에 핀 잎이 추운 한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만 하면서 헌신하다 죽는다는데... 나중에 자랄 꽃과 열매를 위해 일생을 다 바치는 잎, 다른 꽃들이 한창인 5월부터 시들다가 8월 초 잎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후 1M 가량의 솟대가 쑥 솟고 9월 꽃대 머리에 산형 꽃차례가 피게 된다고... 5년전, 영광 불갑사 꽃무릇 장관을 보고나니 그 포만감 십년은 안..

사진 이야기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