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캐치볼/ 이승희

생게사부르 2020. 9. 26. 08:49

캐치볼/ 이승희

 

 

 

공을 던진다

어디에도 닿지 않고

그만큼 나의 뒤는 깊어진다

내가 혼자여서 나무의 키가 쑥쑥자란다

내가 던진 공은 자꾸 추상화 된다

새들은 구체적으로 날아가다가 추상화 되고

생기지 않은 우리

속으로 자꾸만 공을 던진다

거짓말처럼 저녁이 오고 밤이 오고

오는 것들은 일렬로 내 앞을 지나간다

칸칸이 무엇도 눈 맞추지 않고

잘 지나간다

모든것이 구체적으로 추상적이다

나는 불빛 아래서 살았다 죽었다 한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세계가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여전히 공을 던진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비상하는 새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