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폭우반점/ 조우연

생게사부르 2020. 7. 23. 09:23

 

폭우반점暴雨飯店 / 조우연

 

 

주문한 비 한 대접이 문 밖에 도착

식기 전에 먹어야 제 맛

수직의 수타 면발

자작 고인 국물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이만한 요긴 다시 없을 듯

 

빗발

끊임없이 쏟아져 뜨거움으로 고이는 이 한끼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비가 퍼 붓는다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을 빼들고!

 

 

 

 

 

*      *      *

 

 

장마, 폭우, 습한 기분...

 

코로나로 인해 의기소침한데다 여름 장마로 기분이 더 가라 앉을수록 몸이 움직여야 할 듯

 

대처해야 할 적이 눈앞에 있을 땐 오히려 자살률이 줄어든다고

문제는 그 이후라는데

조울증이나 우울증도 그렇다

감정의 최저에 있을 땐 기분따라 몸도 무기력해서 행동으로 잘 옮기지 않지만

상담공부 하다보면 최저에서 막 벗어 날 때를 조심해야한다는 그런 말이 있다

 

운동하러 가면서 보니

요 며칠 장마에 하천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평소 도시하천은 생활폐수로 지저분하기 마련인데

하천이 무척 깨끗해졌고 속 시원히 물이 흘러가서 속이 확 튀는 기분이 괜찮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 특히 자영업자들 중에는 힘든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20-30대 취업이 안 되는 젊은 층들

 

맑으면 우산장수 큰 아들 걱정, 비오면 얼음파는 작은아들 걱정 하는게 부모마음이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맑은 날 작은 아들 얼음 많이 팔려 좋아, 비 오면 우산 많이 팔려 좋다고

 

맑으면 맑아서 좋고, 비가 오면 또 비가 오는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신건강에

유익한데

자라는 과정에서 ' 미해결 과제'를 풀어내지 못한 채 어디엔가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시인은

'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길을 가다가 보니 어느 교회에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교회마저 생존의 경쟁에서 치열한 모양이라는 생각과 함께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인지, 살아 남은 자가 강한 것인지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구분도 어렵거니와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 강한자가 살아 남는다' 는 말에는 살아 남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아도 좋다는

혹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졌다면

 

' 공부해서 남 주나' 하는 사회적 구호처럼 이기적으로 경쟁하도록 부추기던 한국 사회의

병리적인 한 면모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는데 그렇게 내 몰리듯 살아 온 세대

 

목적을 위해 불법적이거나, 편법적인 수단도 정당화시키며 살아 온 사람들 행렬에 끼여 살았던

세상은 그렇더라도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양심과 도덕을 지키며 살았더니 패배자 같다고 느끼던

 

신념이 뭐였든, 세대가 어디에 끼이든... ' 사는 맛에 신명이 나지 않는 시대?

 

김유철 샘 버전으로 하면 ' 그렇다. 그러하다' 인데

젊은이들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시인은 '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으로'

전사처럼 용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