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2월/ 김이듬

생게사부르 2020. 12. 25. 10:35

12월 /  김이듬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決心)과 망신(亡身)은 다 끝내지 못

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 벗었고

새떼가 죽을 힘을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과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 넘어 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수 있었니?

 

 

                 - 말 할 수 없는 애인.

                    2011. 문학과 지성사

 

 

*      *      *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흥청망청하던 분위기일 때가 있었지요.

 

한집 건너라고 할 정도로 유달리 많은 교회 십자가

교회의 가장 큰 행사여서 화려한 조명을 매단 대형 추리가  한밤을 수 놓고

자본의 중심인 도시 가장 번화한 거리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곤했지요.

 

송년, 망년하며 모임이 줄을 잇고

유달리 술을 곁들이는 식사와 노래방, 클럽을 찾아 흥청흥청하던...

 

평범한 소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게는 사건, 사고가 많아지기도 하던...

 

올해는 코로나가 다 삼켰네요.

 

사람들에게 평온과 위안을 주기보다 ' 하느님의 역사'을 입으로 읊으면서

인간의 사욕을 채우기에 바빴던 교회에 대해 경고를 주고

대형화 집단화 되면서' 인간' 이 사업 수단이 되는 병원과 요양원 체육시설 같은 곳도

반성하라고 철퇴를 맞기도 하고 

 

만나서 식사하고 차 마시며 수다를 떠는 동안 일상의 자잘한 스트레스가 

날리기도 하던 소소한 즐거움도 앗아갔지만...

 

어쩌겠습니까?

현대사회 인간들이 살아가는 총체적인 방식을 되돌아 보라는 경고임에야

 

' 숨 넘어 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수 있었니?' 

 

혼이 뭘 줄수 있을지

무용해 보이는 시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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