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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어르신 별세

백기완 어르신 별세 한시대가 저문다고 해야 할지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라는 점잖은 직함을 사용해야할지 '통일 싸움꾼' 이라 불러드려야 할지 후자를 더 좋아하실 거 같네요. 충분히 치열하게 사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함께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함석헌, 장준하, 문익환, 백기완 선생님은 여(與)가 아니라 야(野)에서 일생을 보냈던 분들 시대가 그런 인생들을 살게 했는지 그들이 또 다른 한 시대를 만든 것인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의 또 다른 한국사 인물들이셨다고 생각합니다. 함석헌(1901~1989 88세) 평안북도 용천군 출생 장준하(1915~1975 60세) 평안북도 의주 출생 윤동주(1917~1945 28세) 중국 길림성 문익환(1919~1994 75세) 중국서 출생 백기완(1932~20..

배춧잎이 시들어간다/ 박희연

배춧잎이 시들어간다/박희연 1. 먹다 남은 배추 겉잎이 시들었다. 속잎이었던 그 겉잎은 싱싱했다. 싱싱한 것을 시들게 만드는 내공은 내게 있을까 시간에 있을까 돌아 보면 내 삶은 혐의로 가득 차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이 오그라든다. 불안은 종종 표면적을 작게 만든다. 배춧잎이 조글조글 말라붙었다. 2. 가까이서 보면 크고 멀리서 보면 작다. 표면적을 작게 만드는 방법 하나 당신과 거리를 두는 일이다. 코로나 19시대의 인류애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균자라는 혐의를 두는 것 3. 오래된 습관처럼 해가 뜨고 어제 저녁 먹다 남은 배춧국을 먹는다. TV에 비친 한 정신병동에서 누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죽거나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죽어나간다. 저 죽음의 이면에도 아랑곳 없이 당신과 나는 숟가락을 놓지 않는다. 우..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파블로 네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파블로 네루다 하루가 지나면 우린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루동안 사물들은 자라고, 거리에선 포도가 팔리며, 토마토 껍질이 변한다. 또 네가 좋아하던 소녀는 다시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우체부를 바꿔버렸다. 이제 편지는 예전의 그 편지가 아니다. 몇 개의 황금빛 잎사귀, 다른 나무다. 이 나무는 이제 넉넉한 나무다. 옛 껍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대지가 그토록 변한다고 누가 우리에게 말해주랴? 대지는 어제보다 더 많은 화산을 가졌고 하늘은 새로운 구름들을 가지고 있다. 또 강물은 어제와 다르게 흐른다. 또, 얼마나 많은 다른 것들이 건설되는가! 나는 도로와 건물들, 배나 바이얼린처럼 맑고 긴 교량의 낙성식에 수없이 참석했다. 그러므로 내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