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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죽음/ 김희준

싱싱한 죽음/ 김희준 편의점에는 가공된 죽음이 진열 돼 있다 그러므로 꼬리뼈가 간지럽다면 인체신비전 같은 상품을 사야한다 자유를 감금당한 참치든 통으로 박제된 과육이든 인스턴트를 먹고 유통기한이 가까운 상상을 한다 여자를 빌려와 글을 쓰고 사상을 팔아 내일을 외상한 다 통조림에는 뇌 없는 참치가 헤엄쳤으나 자유는 뼈가 없다 냉장고를 여니 각기 다른 배경이 담겨 있다 골목과 심해 다른 말로 배수구, 그리고 과수원 세번 째 칸에 는 누군가 쓰다버린 단어가 절단된 감정으로 엎어져 있다 빌어먹을 허물 싱싱하게 죽어 있는 편의점에는 이름만 바꿔 찍어내는 상품이 가지런하고 형편 없는 문장을 구매했다 영수증에는 문단의 역사가 얼마의 값으로 찍혀 있다 가을호. 시와 문화사, 2018 * * * 오늘 대..

분장, 자기 표현

분장, 자기표현 가을은 축제나 행사가 많은 계절인데, 조심하면서 판을 펴고 조심하면서 참가를 해야 할 듯... 행사나 이벤트 장에 가면 스티커나 혹은 그림타투를 그려 주는 일이 많습니다 아이들 얼굴이나 팔, 손목에 행사와 관련한 혹은 관계없는 예쁜 그림, 꽃이나 나비 같은 걸 새기게 되지요. 문신처럼 반영구적이지 않지만 하루 즐겁습니다 자신의 몸에 꽃이 피고 나비가 앉아 하루 식물이 된 듯한 기분..... 젊은 부모나 변화를 잘 따라가는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자 손녀가 그리는 일에는 기꺼이 동참을합니다만 ' 신체발부 수지부모' 란 유교문화까지 갈 것도 없이는 나중에 지우는 뒤처리 생각하면 귀찮아서 본인이 선뜻 하지는 않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귀신이나 악귀를 물리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무당 같은)들이 ..

사진 이야기 2020.10.18

맨 처음/ 신정민

맨 처음/ 신정민 사과는 사과꽃에 앉은 별의 더듬이가 맨 처음 닿은 곳에서 썩기 시작한다 바람이 스쳐간 곳, 햇볕이 드나들며 단맛이 들기 시작한 곳, 맨 처음 빗방울이 떨어진 곳 사과는 먼 기찻길에서 들려온 기적소리, 사과의 귀가 맨 처음 열린 곳에서 썩기 시작한다 익어가는거야, 씨앗을 품고 붉어지기 시작한 곳에서 사과는 썩기 시작한다 썩고 있는 체온으로 벌레를 키워 몸 밖으로 비행을 꿈꾼다 온 힘을 다해 썩는 사과는 비로소 사과가 된다 전북전주 2003 부산일보 신춘 2008 꽃들이 딸꾹,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