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12월
12월 김이듬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決心)과 망신(亡身)은 다 끝내지 못 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 벗었고 새떼가 죽을 힘을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과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 넘어 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수 있었니? - 말 할 수 없는 애인.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