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섭
각북(角北)
- 눈
1.
각북角北에 눈이 왔다, 뿔이 다 젖었다
행여나 귀밝은 눈이 눈치라도 챌까 보아
햇빛을 조리차하여 언 콧등을 녹인다
그렇듯 한동안은 음각의 풍경 속에
마을도 과수밭도 앞섶을 징거맨 채
안으로 번지는 먹물을 닦아내는 시늉이다
2.
풍경이 다 지워졌다, 백색의 암흑이다
겉장을 뜯지 않은 천연의 공책 한권
먼데서 경운기소리가 한 모서릴 찢고 간다
밤새 흐르지 않고 두런대던 골짝물들이
얼결에 생각난 듯 빈 공책을 당기더니
썼다간 찢어버리고 찢었다간 다시 쓴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일근 적바림, 이상국 물텀벙 물텀벙 (0) | 2017.01.23 |
---|---|
정일근 치타슬로, 저쪽 (0) | 2017.01.22 |
정하해 고기를 굽는 저녁, 입술 (0) | 2017.01.20 |
전영관 서어나무, 느릅나무 양복점 (0) | 2017.01.19 |
문보영 막판이 된다는 것 (0) | 2017.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