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바다의 적바림
포항 구룡포 과메기의 일생은 동해의
찬 그늘과 바다의 빛으로 완성된다 그늘
속에서 당신의 전생이 얼음 얼었다 빛
속에서 당신의 후생이 꼬들꼬들 마른다
그 사이 당신이 한 마리 과메기로 널려
얼었다 풀렸다 한다 그때마다 당신의
인생에 단 맛이 밴다 그것이 바다다
* 적바림: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하게 적어 둠
사진출처: 블로그 독도사랑
이상국
물텀벙 물텀벙
그전에 어물전 가면
꼼치나 아귀 같은 것들은 좌판 위에 못 앉고
땅바닥에 엎드려 주인 눈치를 보았다
대가리가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데다
몸뚱이도 볼품 없다보니
어부들은 저들이 그물에 걸리면
꼴보기 싫다고
바다로 던져버리고는 했는데
그때 텀벙 소리가 난다하여
물텀벙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어부들은 어딘가 낭만적이다
물텀벙하면 어쩐지 허전하고
또 뭔가 도와 주고도 싶지만
텀벙텀벙 살아 돌아가며
그들은 얼마나 기뻐했을까
지금은 그들도 다 살 만하게 되었다
혹 우리가 어디서 만나더라도
그들의 과거에 대하여 모르는 척하고
잘 안 들리게 별명이나 불러주자
물텀벙 물텀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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