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문보영 막판이 된다는 것

생게사부르 2017. 1. 18. 14:21

문보영


막판이 된다는 것


  후박나무 가지의 이파리는 막판까지 매달린다. 그늘을 막다른 골목까지 끌고 갔다.
막판 직전까지. 그 직전의 직전까지. 밑천이 다 드러난 그늘을 보고서야 기어이

  후박나무 그늘을 털어 놓는다. 막판의 세계에는 짬만 나면 밤이 나타나고 짬만 나면
낭떠러지가 다가와서. 막판까지 추억하다 잎사귀를 떨어뜨렸다. 추억하느라 파산한 모
든 것

  붙잡을 무언가가 필요해 손이 생겼다. 손아귀의 힘을 기르다가 이파리가 되었다. 가
지 끝에서 종일 손아귀의 힘을 기르고 있다. 그러나 양손이 모두 익숙지 않은것들은
양손잡이일까 무손잡이일까. 그늘을 탈탈 털어도 가벼워지지 않는

  애면글면 매달려 있는. 한 잎의 막판이 떨어지면 한 잎의 막판이 자라고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어서 손이 손바닥을 말아 쥐었다. 손을 꽉 쥐면 막판까지 끌고
갔던 것들이 떠오른다. 막판들이 닥지닥지 매달려 있다. 막판 뒤에 막판이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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