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집 나온 고양이 / 한영미

생게사부르 2020. 12. 8. 12:56

 

 

집 나온 고양이/ 한영미

 

 

 

 

이빨과 발톱 세우고 울고 싶을 땐 언제든

 

울 수 있는 길냥이가 되고 싶어요

 

울 수 없는 시간이 낭만인가요

 

안락을 위해 몸을 둥글게 말아 가장

 

보드라운 털을 내어 주어야 하는 일과

 

희롱하는 손끝에도 냐아옹!

 

그대 기쁘게 하는 콧소리,

 

그때마다 털이 바짝 일어서요

 

손끝을 와락 물어뜯고 싶어져요

 

좋은 옷, 머리에 달아준 분홍 꽃리본

 

날마다 입김 불어 건넨 사랑한다는 말,

 

연애를 위해 시를 쓸까요 시를 위해

 

연애를 할까요

 

너는 나라는 말의 함정에 한 번쯤

 

빠져본 기억 있다면 누구든 알 수 있어요

 

이제 그만 소설적 진실*을 밝히고 싶어요

 

밤거리를 걸어요 온 털끝 세우고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고 걸어요

 

상대가 놀라도록 두 눈 크게 떠요

 

어두울수록 빛나는 광채

 

집 나온 고양이에게 더 이상

 

집은 필요 없답니다

 

 

 

*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차용.

 

 

 

*      *      *

 

 

 

입센의 <인형의 집> 공연이 언제였더라?

1889년이면... 130년 전이구나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라는 프랑스에서

까미유 끌로델(1864~1943. 79)은 사회가 요구하던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났다

예술을 사랑했고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로뎅과 더불어 나누었고 온몸으로 사랑했다.

 

' 여성' 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재능을 표현하며 살고 싶었지만

당시 프랑스 중상류 계층 여성은 십대후반만 되도 어머니들의 극성 끝에 화려하게 치장하고

사교계에 데뷔하면서 작위와 재력을 가진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아 결혼해서 살아가는 것이

인습이었다.

까미유는 자신의 재능을 살리고 싶은 인간으로서의 욕구 때문에 어머니에게서조차 이해 받지 못하는

일탈하는 ' 여성'이 되었고, 유부남이었던 로뎅과의 사랑과 예술적 동지로서의 배신

오로지 " 조각'에 몰두한 자신의 열정이 사회로부터 격리시켰고 이후의 삶은 불행해 졌다.

영감을 빼앗겼고 최근까지 ' 로뎅의 연인' 으로 남았던 이름처럼

여성이 사회적 재능을 발휘하거나 예술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며 살아 갈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다.

하는 사회가 아니었다. .

 

생물학적인 나이로 칠십대 후반까지 살았지만

정신병원에 격리되어 예술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빠져나간 채 식물같은 삶을 살았던 그녀 생의 후반부

지성과 예술의 나라라는 프랑스에서 였다.

 

 

나혜석(1896~1948. 52) 역시

기득권의 상류계층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로 조신한 삶을 살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살려다

그 계층에서 내 쳐져 불행한 삶으로 마무리 했다.

 

물론 불행하다 , 아니다는 통속적인 우리 관점이지 본인들의 생각은 어떠했는지

알수 없다.

 

끌로델이 2, 30 의 열정과 분노가 계속 지속되었더라면 ... 일찍 죽었을테고

 

나혜석도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고립감, 경제활동의 어려움, 자식마저 볼 수 없었던

외로움 같은 부분으로 볼 때 후회? 회오? 같은 감정들은 있을 수 있었을테지만

본인이 아닌 이상 뭐라고 진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어서...

 

세상은 뭔가를 다 가지고는 살 수는 없다는 점에서 공평하다고 해야할지

 

자신이 옳다고 취한 신념에 따라 흘러가는 삶

선택에 따른 영예와 책임, 댓가 또한 본인이 치루게 되어 있어서

 

세상에 살았던 흔적(이름과 작품)을 남겼지 않으냐... 그건 그러네요.

 

 

 

 

까미유 끌로델 사쿤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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