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어느 가능성/ 김필아

생게사부르 2020. 12. 20. 13:22

어느 가능성/ 김필아

 

 

돌을 들춰요

 

주로 돌 밑이거나 어느 틈 사이

 

나는 돌을 들춰야 하고

들춘 돌에서 C장조를 찾아 애인에게 줄 거예요

애인은 속눈썹을 깜박거려요

애인의 속눈썹을 들추면 푸른 밀림이 거기에 있지요

음, 아름다운 사랑이네요 라고 말했나요

날이 화창해서 잘 어울린다고 말했나요

나는 돌을 들추기 위해 윗돌을 들춰요 음표를 들춰보니 음표사이로 플라밍고가 핑크빛으로 일어요

 

나는 돌을 들춰야 하고, 또 나는 어느 돌 밑 보물을 찾는 사람처럼 기대해야 해요 당신 꿈을 들추고 꽃을 들추고

물방울을 들춰요. 계절병처럼 찾아 오는, 아직 찾지 못한, 원래부터 있던

 

쓰르라미가 작은 바람같이 우는 소리를 들춰봐요

길가의 쓰레기통 담장 밑이거나 어느 숲, 나무 구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병인을 앓고 있어요

 

제 몸엔 그들의 지문이 묻어 있어요. 지문은 매일 밤 푸른 곰팡이처럼 번식하고 자라죠

나는 꿈을 들춰야 하고요, 다래끼를 눌러 놓은 돌을 들출 때도 있어요 다래끼가 옮아 발갛게 부은 꿈에서 깨

 

눈을 비벼요 나는 그것이 있다는 걸 믿어요. 단지 어느 꽃에 눌려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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