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의 폐사지/ 박은형
꽃지는 길을 따라가다가 보게 되었네
깊은 흙잠에 들었다 깨어났다는
절집이었네
한 시절 영화는 계단석 돌꽃으로 다시
피고 있었네
석등 연화를 받들고 쌍사자 두분
다정해지셨네
무릎걸음의 희붐한 고요가 영영
한참이었네
오월의 옛집 마냥 심정 푸르른
폐허였네
다 울지 못한 울음, 물앵두 한 그루로
접혀 있었네
오래 욱여 둔 몸의 소용돌이 찬란하게
떨구고 있었네
젖은 신을 끌며 돌아오다 마주친 석양
같은 것
붉게 웅크리다 뛰어내린 호젓한 이름
같은 것
절터는 매듭 없는 풍경을 흠씬 벗어
놓았네
폐허의 숨결들은 달콤한 귀 하나면
봄날이었네
뭉텅뭉텅 마음져 버리기 좋은 봄날이
바람불고 있었네
* * *
시는 봄날이라는데 스산한 풍경이네요
폐사지는 탄생보다는 소멸쪽이라 특별한 계절 감각없이
폐라는...
이제 겨울 드는데
코로나는 더 극성인데
치료제나 백신이 나와야
지구에 봄이 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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