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일력/ 김예하
벽에 걸린 새벽이 낱장입니다
하루를 들었다 놓았다
오늘을 달래주세요
푸른 시간들이 내일 한장, 마른 잎 두장...지우고 있습니다
카운트다운은 사절입니다
나의 시간들을 철봉대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뒤편의 변수를 숭배하기로 했어요
내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한 것들,
캄캄할수록 더 명징한 한 줄기 빛이 아니라서
오늘이 끝점을 향해 점점 얇아집니다
빛도 호흡곤란이 있습니다
저 초록의 부스러기들
나를 비울 때까지, 내일의 운세는 인욕입니다
틈 사이로, 새벽이
나를 한장 떼거나 넘기는 방식으로
- 2018. 계간 ' 시현실' 신인상
* * *
또 한 장 달력을 떼어내자 들어선 12월
달랑 낱 장이 남습니다.
코로나로 시작한
유례가 없는 한 해였습니다.
올해 신입생은 제대로 입학도 못해보고 학교를 찔끔찔끔 가 보다가
비 대면 수업으로 선생님들과 급우를 만나다가
이런게 학교생활인가 보다 여기게 되었네요.
이른바 코로나세대 학교생활
이렇든 저렇든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해결되어
다소나마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소시민들의 자그마한 즐거움마저 앗아 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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