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앵두의 폐사지/ 박은형

생게사부르 2020. 12. 4. 09:40

앵두의 폐사지/ 박은형

 

 

 

꽃지는 길을 따라가다가 보게 되었네

깊은 흙잠에 들었다 깨어났다는

절집이었네

한 시절 영화는 계단석 돌꽃으로 다시

피고 있었네

석등 연화를 받들고 쌍사자 두분

다정해지셨네

무릎걸음의 희붐한 고요가 영영

한참이었네

오월의 옛집 마냥 심정 푸르른

폐허였네

다 울지 못한 울음, 물앵두 한 그루로

접혀 있었네

오래 욱여 둔 몸의 소용돌이 찬란하게

떨구고 있었네

젖은 신을 끌며 돌아오다 마주친 석양

같은 것

붉게 웅크리다 뛰어내린 호젓한 이름

같은 것

절터는 매듭 없는 풍경을 흠씬 벗어

놓았네

폐허의 숨결들은 달콤한 귀 하나면

봄날이었네

뭉텅뭉텅 마음져 버리기 좋은 봄날이

바람불고 있었네

 

 

*     *     *

 

 

시는 봄날이라는데 스산한 풍경이네요

폐사지는 탄생보다는 소멸쪽이라 특별한 계절 감각없이

폐라는...

 

이제 겨울 드는데

코로나는 더 극성인데

치료제나 백신이 나와야

지구에 봄이 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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