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꽃/ 박은형

생게사부르 2020. 12. 6. 12:34

박꽃 / 박은형

 

 

 

석양에 발이 빠져 통성명만 겨우 하고

다시 저녁을 허문다.

마중과 배웅의 표지판처럼 며칠 째

박꽃, 퍼뜨리고 싶어서 흰,

아무도 현혹할 수 없게 낡아서 흰,

몰래 설화처럼 피었다 져서 흰,

들키라고 아니 들키지 말라고,

아니 될대로 되라고

문틈에 끼워 놓은 쪽지라서 흰,

한 송이로 무성해서 흰,

정말이지 꽉 들어차  자꾸 쏠리는

눈자위라서 흰,

당신에게 꼭 어울려서 흰,흰,흰

당신이라는 단 한번의 양식樣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