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 박은형
석양에 발이 빠져 통성명만 겨우 하고
다시 저녁을 허문다.
마중과 배웅의 표지판처럼 며칠 째
박꽃, 퍼뜨리고 싶어서 흰,
아무도 현혹할 수 없게 낡아서 흰,
몰래 설화처럼 피었다 져서 흰,
들키라고 아니 들키지 말라고,
아니 될대로 되라고
문틈에 끼워 놓은 쪽지라서 흰,
한 송이로 무성해서 흰,
정말이지 꽉 들어차 자꾸 쏠리는
눈자위라서 흰,
당신에게 꼭 어울려서 흰,흰,흰
당신이라는 단 한번의 양식樣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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