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하염없이
이 도시를 벗어나려는 차들과
기어이 이 도시로 들어오려는 차들이 교차하는
석양 무렵의 개양오거리에서
그가 흘린 죽음의, 그가 흘린
주검의
액체위에
누군가 홱 뿌려놓고 간
누군가 홱 뿌려놓고 간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 빛
모래 두어 삽
모래밥
공사장 모래더미에
삽 한자루가
푹,
꽂혀있다 제삿밥에 꽂아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쉬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씨멘트라는 독한 양념과 비벼 대신 먹어줄 사람
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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