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행운목 유홍준 행운목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ㅡ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 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2018.11.07
정끝별 은는이가 은는이가 정끝별 당신은 당신 뒤에 '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를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불러세우듯 구름이.. 시로 여는 일상 2018.11.06
박소유 오, 어쩌면 좋아 박소유 오, 어쩌면 좋아 뼈만 남은 사연이 함께 굴러갈 동안 바퀴 따라가는 생은 모두 급하네 벼락 같은 속도를 얻었으니 저게 모두 발자국이라면 내 발자국도 흔적 없을 터 차라리 눈발이거나 서릿발같이 가볍거나 아득했으면 좋겠네 구부러진 노인이 오그라든 유모차를 밀며 가네 서둘.. 시로 여는 일상 2018.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