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두안-달의 아가미, 동박새

생게사부르 2016. 4. 9. 05:51

김두안 2

 

 

달의 아가미

 

김 말뚝을 세우고 배를 밀어 낸다 뻘에 종아리를 박고 등
으로 민다 섬 사이에 닻을 내린다 깍두기 국물에 밥 말아
먹고 낚싯줄을 던진다 달 속의 수수깡 찌가 보인다 환한
수면이 잔잔히 밀려오기 시작한다 낚싯대가 휘어진다 배가
출렁 달빛이 끊길 듯 팽팽하다 아버지 가시등 휘어 오른다
팔뚝만 한 농어 뿌리채 뽑힌다 아가미가 끔뻑끔뻑 허공
을 되새김질한다

 

 

 

동박새

 

 

 

그는 동박새

도시에서 집을 짓는 그는

빨간 코팅 장갑을 끼고

철근 몇가닥 어깨에 메고 휘청거리며 계단을 올라가요

목수들 망치소리 들려와요

동백은 저렇게 멍울로 꽃 피워요

산이 쩌렁쩌렁 붉어요

핑 쇳소리 내며 떨어져요

참 헐렁해요

녹슨 꽃 밟기도 해요

피멍이 든 못자국 망치로 두들겨요

바람은 차갑고 도시는 안전화보다 안전하지 못해요

그는 동박새

절뚝절뚝 날아가요

철근이 휘청거리는 리듬을 타고

등뒤로 힘껏 부딪쳐야 높이 오를 수 있는 거에요

어제도 그제도

이렇게 살거에요

그는 동박새

철근을 내려 놓고 코팅 장갑을 꽉 쥐어봐요

해 하나 또 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