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송수권-술통, 대숲바람 소리

생게사부르 2016. 4. 12. 16:33

송수권 


시골길, 또는 술통


자전거 집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튀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길이 치마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대숲 바람소리


대숲 바람속에는 대숲바람 소리만 흐르는게 아니라요
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 물에 어리는
우리들의 맑디 맑은 사랑
봉당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속에는
대숲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게 아니라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오백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득이는
밤 쏘낙 빗물소리....
머리에 흰 수건을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히 깔리는 대숲바람소리 속에는

흰연기 자욱한 모닥불 끄으름내, 몽당빗자루도 개터럭

도 보리숭년도 땡볕도

얼개빗도 쇠그릇도 문둥이 장타령도 타는 내음....

이 창호지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름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

대닢파리의 맑은 숨소리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 봄셔츠  (0) 2016.04.15
신동엽-껍데기는 가라  (0) 2016.04.14
노명순-공간, 눈부신 봄날  (0) 2016.04.10
김두안-달의 아가미, 동박새  (0) 2016.04.09
김두안 거미집, 돌과 잠자리  (0) 201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