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시골길, 또는 술통
자전거 집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튀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길이 치마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대숲 바람소리
대숲 바람속에는 대숲바람 소리만 흐르는게 아니라요
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 물에 어리는
우리들의 맑디 맑은 사랑
봉당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속에는
대숲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게 아니라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오백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득이는
밤 쏘낙 빗물소리....
머리에 흰 수건을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히 깔리는 대숲바람소리 속에는
흰연기 자욱한 모닥불 끄으름내, 몽당빗자루도 개터럭
도 보리숭년도 땡볕도
얼개빗도 쇠그릇도 문둥이 장타령도 타는 내음....
이 창호지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름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
대닢파리의 맑은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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