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송수권-적막한 바닷가, 허공에 거적을

생게사부르 2016. 4. 6. 20:58

송수권 1

적막한 바닷가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번씩
저 뻘 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 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 갈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 날때 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깨워가는
갈 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 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허공에 거적을 펴다

허공에 거적을 펴고
시를 써온 것이 몇 년인가
햇빛오고 바람불어 좋은 날
새로 핀 벚꽃
꽃 눈보라 왁자히 내리는데
내눈에는 자꼬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는 지상에 발을 대고
걸어가기 때문
죽는 날까지도 그러리라

1940. 전남 고흥 ~2016.4.4.)

1975.< 문학과 사상> '산문에 기대어'로 등단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    *    *

 

정지용- 서정주- 김영랑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시의 계보에 이름을 올립니다.

남도의 서정, 정한(情恨)을 자신만의 성향으로 노래 해 온 송수권 시인이

향년 76세 폐암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지상에서 시인의 대접이 썩 영화로운 것은 아니지만

평생을 맑은 시심으로 살아 오신분

천국에서는 좋은 자리 앉아 대접 받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영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