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자/ 김소연
장미꽃이 투신했습니다
담벼락 아래 쪼그려 앉아
유리처럼 깨진 꽃잎 조각을 줍습니다
모든 피부에는 무늬처럼 유서가 씌어 있다던
태어나면서부터 그렇다던 어느 농부의 말을 떠 올립니다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나는 장미의 편입니다
장마전선 반대를 외치던
빗방울의 이중국적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럴 수 없는 일이
모두 다 아는 일이 될 때까지
빗방울은 줄기차게 창문을 두드릴 뿐입니다
창문의 바깥쪽이 그들의 처지였음을
누가 모를 수 있습니까
빗방울의 절규를 밤새 듣고서
가시만 남은 장미나무
빗방울의 인해전술을 지지한 흔적입니다
나는 절규의 편입니다
유서 없는 피부를 경멸합니다
쪼그려 앉아 죽어가는 피부를 만집니다
손톱밑에 가시처럼 박히는 이 통증을
선물로 알고 가져갑니다
선물이 배후입니다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2013.11.11
* * *
'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심지어 투신을 하더라도 움직여야죠
살아 있는데 움직이지 않다니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 그럴 수 없는 일이
모두가 다 아는 일이 될때까지
줄기차게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
창문 바깥의 처지라도 ... 누구나 알아야지요
동시대를 함께 건너가는 ' 인간' 이라서
모든 피부에는 무늬처럼 유서가 씌어 진다니
유서 없는 피부는...경멸...
개인의 삶에서 누구나 자기 삶의 주동자가 되어야 겠지만 공동체에서 주동자가 다수의 동조를 얻으면
' 운동'이 됩니다 ' 시민사회 운동, 교육 운동, 인권 운동, 평화운동'
대다수 시민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빠서 자기 삶의 주동자가 되기도 쉽지 않지만
이왕 '~ 운동가' 로 살기로 한 사람들
자기 개인의 이해관계를 ' ~ 운동'으로 포장해서 자신 혹은 타인을 기만하지 말고 사회전체의 이익
'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를 위해 행동한다는 진정성이 받아들여 질 때
'~ 운동' 이 ' 제대로 된 정치' 로 옮겨 가는 지점일지
선동자가 아니라 주동자입니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은 개념은 얕은 문학시간에 다 배운 것 같아요/정성원 (0) | 2020.10.10 |
---|---|
폴리트비체의 겨울/Daisy Kim (0) | 2020.10.08 |
월광욕/ 이문재 (0) | 2020.10.01 |
우리들의 파파야 나무/ Daisy Kim (0) | 2020.09.27 |
캐치볼/ 이승희 (0) | 2020.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