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트비체의 겨울/ Daisy Kim
우리는 여름으로 가는 방향을 몰라서 버려진 빵조각을 따라 희게 빛나는 계절을 걸었다
눈 앞에 나타난 겨울이 얼어 붙었고
여기가 내 세계라고 착각했다
쌓아온 관계가 부패한 빵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이끼들
나무의 어깨가 흔들리면서 닿았던 손가락들이 툭툭 겨울의 깃털을 건드리면 어느새 날아가고 마는, 그 이름
살갗으로 쏟아지던 폭포에 질문처럼 거듭 매달리며, 미끄러지지 않고 견디는 투신은 없다고 죽은 물의 화법으로 이
름을 새겼다
소나기가 쏟아졌고 버려진 빵조각이 씻기고 언 가슴이 녹는 소리가 호수 위에 내려 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제를 말하면서 에메랄드빛 여름이 궁금하다던 너는 침묵했고
빛나는 이름을 벼랑에 새기고 싶어,
천천히 가는 뒷모습
작아지는 등이 오래도록 젖었다
<계간 시와 문화>
* * *
위 사진 한장 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마력을 발휘하는 폴리트비체
' 아바타'로 알려지기 이전엔 정말 요정이 살았을 듯...
이런 풍경을 상상하고 갔는데
계절을 못 맞췄다면...
애초에 겨울풍경일 것을 알고 갔다면 그 나름 충분히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에서 호젓하게 얼음폭포를 감상할텐데...
국내를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풍광이 좋은 곳을 보면 봄, 여름 , 가을, 겨울
일년 풍경을 두루 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건이 되어 줘야겠지만요
자신이 살고 있는 가까운 곳이 아니면 국내도 그러기 어려운데...
대다수 외국은 전문 여행가가 아닌 이상 한번 가 보거나, 한번도 못 가보거나
어차피 이 세상 모두를 다 가 볼수는 없으니... 간접여행...
다른 사람의 여행기 읽기 , 사진 보기, 요즘은 동영상이 있어 좀 더 실감나게 보거나 하겠네요
시인은 겨울의 폴리트비체를 얘기 합니다.
' 여행시' 생각보다 쓰기 쉽지 않은데...
하와이 거주하는 분이라니 ' 겨울'이라는 계절이 남 다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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