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깊은 개념은 얕은 문학시간에 다 배운 것 같아요/정성원

생게사부르 2020. 10. 10. 13:36

깊은 개념은 얕은 문학 시간에 다 배운 것 같아요/ 정성원

 

 

 

봄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 시를 배운다

시의 해석을 받아 적는 것은 신물 나는 일,

 

나에게 주어진 하늘은 네모난 창

위로의 말이 창 밖에서 서성인다

 

이팝 나무와 나비를 구분 못하는 눈이 나에게 필요할까요 눈을 바람에게 주고 깊은 잠에 빠질까요

수척한 바람이 손짓을 한다

 

떨어지는 꽃잎이 구름쪽으로 가 닿는다

 

구름 너머 보이는 아버지

바다에서 출령여야 할 당신이 햇볕물살을 그물에 담고 있다

 

빌어먹을 아버지,

나는 지금 푸른 하늘이 필요하다고요

 

이쯤에서 아버지에게 날개를 입혀주면 흥미로울까

 

잘. 생각말고 잘- 생각하라던 문학수업은 순전히 말장난

형식적인 문학선생은 건조한 기호

아버지와 나는 아빠와 구름이라는 단조로운 공감각

언어를 탐색하는 우리는 일그러진 교실의 자화상

 

끝나는 종이 울린다

날개 입은 아버지가 손을 뻗는다

 

구름이 곡진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     *

 

 

학창시절의 시 공부

 

 

제재: 별,  주제: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의지

       순교자적 삶의 의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성찰적, 고백적, 의지적, 상징적

심상: 별과 바람의 시각적 심상 어조: 고백적 , 의지적 어조/내성적 여성적 어조

 

표현특징: 시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이미지 대립을 통해 시적 상황이 제시되고 있고

대립적 의미를 시어를 사용하여 시적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종결어미 ' ~다' 를 반복하여 운율을... 어쩌고

 

위 시는 윤동주의 '서시'에 대한 공부인 듯 합니다

 

학교나 학원서 학습하는 아이들의 시 공부 자료일텐데 낯설지 않네요

 

그 시간에 창문 너머 하늘을 보다가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

퍼뜩 현실로 돌아 와 집안의 걱정거리를 떠 올리기도 하고...

여기서는 빌어먹을 아버지네요

어떻든 그 시간에 인생의 깊은 개념을 깨치기도 하는 듯

 

이전에 수능에 출제된 시를 그 시를 지은 시인한테 풀어 보라고 하니 10문항 중

2문제 ~ 3문제를 맞췄다나 어쩐다나

시를 지은 당사자가 모르는 부분을 아이들이 맞춰야 하느냐는 말이 돌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수능에서 한 시인의 시를 지문으로 가져와 시로만 10문항 나오기는 어려울텐데 수능대비

연습문제였는지 진위는 확실치 않지만... 좀 넌센스 같습니다

 

출제를 하고 시험을 치뤄야 한다는 아이러니

물론 시를 쓸 때 소재와 주제가 있고 산문과 달리 운율이 있다는 시 쓰기의 과정을 알게 한다는

시는 최소한 그렇게 창작된다는 점을 알려 주는 의미는 있겠지만

 

그냥 읽고 느끼면 되지 않을까요. 느낌이 오지 않으면 않는대로...

시를 감상하는데는 별 공식이 필요할 거 같지 않습니다.

 

그냥 많이 읽다보면... 느낌이 와 닿겠지요.

 

 

 

고흐의 그림인데 최근 이 그림에 보이는 장소로 추정되는 곳이 발견됐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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