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미란 강

생게사부르 2019. 7. 10. 09:18

강/ 박미란


아직은 낮이 길어요
언젠가 밤이,
한쪽 다리가 긴 밤이 오겠죠

느닷없이 과일이 익고
간신히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고
정오가 백일홍에 앉아 견디고 있네요

한 사람을 업고 강은 건너는 일

보일듯 보이지 않는 저편은 멀기만 한데
물살은 빠르고 물은 차갑고

무거워 지는 한 사람을
강물의 소용돌이에 쓸려 보내지 않으려
마른 것이 젖고
젖은 것은 더 젖어도

등의 휘어지도록

느린 걸음으로 물속을 걷고 또 걸어요

다 건넌 후에야 알았어요

한 사람이 건널 수 없는 강이었다는 것을

 

 

 

     *      *      *

 

 

강원도 태백 황지

1995 조선일보 신춘등단

 

계대대학원 문창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2014. 시인동네)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2019. 문학과 지성사)

 

 

*        *        *

 

 

생활인이어서

등단 20년 즈음에 시집 한권, 그 텀을 5년으로 줄여 또 한권

 

바쁜 간호사 생활 틈틈히 꾸준히

전업시인처럼 쫓기지 않아서인지 오래 내공을 쌓으며 닦아 온

결과물들인가 봅니다

이성복 선생님 대구 계실때 꾸준히 사사 하셨을라나요 

 

저는 이런 시 잘 못 쓰지만 가만가만 나직나직한 서정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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