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아주 조금의 감정/ 이현호

생게사부르 2019. 7. 6. 07:11

 

 

아주 조금의 감정/ 이현호



 

어쩐지 누굴 잊고 있는 감정, 그의 안부보다 생면부지 외
국 가수의 비명횡사가 더 선명한 감정

인간이라는 말은 악기에게 더 어울리는 감정, 켤 줄 모르
는 악기의 울음을 타인의 손끝으로 듣는 감정

나는 왜 오랫동안 인간을 상상할까, 내가 인간이면서도
길거리에서 ' 인간!" 하고 부르면 몇 명이나 뒤돌아볼까

누군가 사람들 속에서 자주 사라지는 감정, 이를 쑤시면
서도 꼬르륵 소리가 들리는 감정

휘파람만 남기고 멸종해 버리는 것이 인간의 진화일 거
예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으름을 애호하는 감정

왜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을까, 한번도 살았던 것 같지 않
은데 벌써
죽어버린 건 누구일까

비 인간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비 인간을 발음
하는 입술은 얼마나 인간적으로 떨리는지

안아보고 싶은 감정, 안겨보고 싶은 감정, 인간이라는 거
짓말을 사랑하려고, 어쩐지 아주 조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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