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손택수 폭포

생게사부르 2019. 4. 29. 16:41

폭포/ 손택수


 

벚꽃이 진다 피어나자마자
태어난 세상이 절벽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아버린 자들,
가지마다 층층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린다
안에서 바깥으로 화르르
자신을 무너뜨리는 나무,
자신을 무너뜨린 뒤에야
절벽을 하얗게 쓰다듬으며
떨어져 내리는
저 소리 없는 폭포

벚꽃나무 아래 들어
귀가 얼얼하도록 매를 맞는다
폭포수 아래 득음을 꿈꾸던 옛
가객처럼
머리를 짜개버릴 듯
쏟아져 내리는
꽃의 낙차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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