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손택수 흰둥이 생각

생게사부르 2019. 5. 1. 13:30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 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 멀리멀리
달아 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 날 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         *         *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음을 주면 여하튼 상처를 입는다

헤어지든 죽음을 맞이하든...

 

채식을 주로 하면서 노동을 하던 농경문화에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보신을 하던 음식문화 

보신탕을 먹게 된 이유는 수긍이 가지만

한 집에서 가족 같이 살던 짐승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말고기를 먹기도 하고

달팽이나 제비집, 상어 지느러미를 먹고

라마를 머리가 달린 그대로 째 껍질을 벗겨

달아 놓은 걸 보고 경악하기도 했다

 

살아온 역사나 생존 여건에 따라 각자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지만

자주  ' 야만적 식습관' 처럼 공격을 받는 첫 번째가 ' 보신탕'  아닐지

 

오늘 아침 읽은 기사

많은 팔로어를 지닌 브라질 부부가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부위별로 판다든지

거리에서 식혜를 돌리고 있는 기계를 찍어올리며 떠 있는 밥알을 구더기 같다고

했단다

 

 

그 음식에 대한 맛이나 영양정보같은 정확한 정보를 다 알지 못 한

무지나 편견의 소치인 것 같지만,

( 식혜나 수정과가 영양면에서는 어떤 음료에 뒤지지 않을텐데 )

음식이란게 기호니 호불호 선호는 개인영역이지만 SNS에서 편향된 정보가

재 생산되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이슈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그 기사를 내렸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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